About

 

포마(FOMA)

"과정의 아름다움" "The beauty of Procedure"

포마는 영문 Form of Motors and arts 의 이니셜에서 기인한 이름으로써 대한민국 최초의 사립 자동차 디자인/예술 미술관이다. 디자인은 결코 단독적 생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과정이며, 창의적 생각에 대한 철저한 나눔의 과정이다. 결국 디자인은 이러한 소통의 과정으로 인해 홀로 화폭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순수예술의 고민과는 차별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예술의 특성과는 달리 디자인이란 시대적 가치의 결정체는 공동의 생각과 협업, 수많은 제안과 수정을 거치게 된다. 다양한 생각의 과정과 물리적 과정을 통해 원석과 같은 태초의 생각은 수차례의 갈고 닦음을 통해 비로소 그 빛을 드러내게 된다. 이렇게 모든 디자인이 창의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흔적들은 안타깝게도 과거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단편적 관심으로 인해 쉽게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쉽사리 잊혀진 디자인의 고뇌가 담긴 그 과정들엔 끊임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따라서 포마가 만들어낸 공간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오브젝트들은 디자인의 과정들을 고스란힘 담은채 그 속에 담긴 중요한 이야기들을 엮어낸다. 과정의 이야기를 통한 창의의 세계에 남겨진 그 유익한 이야기, 빛나는 결과물을 낳기 위한 과정의 깊은 이야기를 포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설립자

박종서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s)에서 수학한 최초의 한국인이자 수석으로 학업을 마친 후, 35년간 현대 기아 자동차연구소 수석 부사장으로서 대한민국 자동차 디자인 분야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그는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자동차디자인 미술관 FOMA의 대표로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 디자인을 주제로 미술관을 기획, 운영하며 그가 몸소 체험해 온 디자인 역사의 흔적과 경험을 대중들과 함께 나누고자 여전히 새로운 도전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현 FOMA그룹 대표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장  역임

-현대/기아 자동차 디자인연구소장 역임

-대한민국산업디자인 협회장 역임

-대한민국 브랜드 학회장 역임

 


 

자연미남

MOTOR TREND 2016년 5월호

산골짜기에서 자동차 미술관을 준비 중인 박종서 관장을 미리(?) 만났다.

내 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서울 은평구 어느 산자락의 흙길을 한참 달렸다. ‘이런 외딴곳에 자동차 미술관이 있다고?’ 순간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수상한 터널이 생각났다. 만화다운 유쾌한 상상을 하며 길의 끝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깔끔한 현대식 건물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박종서 관장이 제자들과 함께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장이의 망치 그저 두드리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에 홀려 수집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작업실 한쪽에서 금속판을 망치로 두드리며 조물주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아직 준비가 덜 돼서 어수선합니다.” 박종서 관장이 내심 자랑스럽게 홀을 둘러보며 말했다. 건물 곳곳에서 쇠파이프를 자르고 망치로 금속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꿈틀대는 태아처럼 미술관은 분주하고 활기찼다. 넓은 홀 안쪽에 전시된 페라리 테스타로사 250 GTO, 알파로메오 8C, 아우토 우니온 타입 D의 1:1 클레이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10년 전부터 박종서 관장이 직접 만든 작품이다.

그는 한국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다. 현대 스쿠프, 티뷰론, 싼타페 등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박종서 교수는 현대자동차 재직 시절 회사의 지원으로 영국 RCA에 서 1년 동안 디자인을 공부했다. 돌아와서는 현대자동차 디자인 연구소를 이끌며 부사장까지 지냈고 퇴직 후엔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지금도 현직 디자이너와 국민대 학생 등 많은 디자인 꿈나무들이 박종서 관장을 찾고 있다.

“이 미술관은 바로 아이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에요. 난 이곳에 애들이 와서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풍부한 영감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박종서 관장은 훌륭한 디자인이란 자연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연의 색, 형태, 냄새, 촉감을 느끼고 이해할 줄 알아야 창의력이 커진다. 그래서 유리, 나무, 금속, 흙, 관찰법 등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한편 그는 30년 넘게 곤충을 채집했다. 곤충의 외골격과 날갯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롱한 색에 매료돼 직접 숲에 들어가 사진을 찍기도 하고 희귀한 표본은 외국에서 사 오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보색을 반대색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건 잘못 배운 겁니다. 보색이란 어떤 색을 보완해주는 색입니다. 프랑스의 어느 색채학자는 가장 아름다운 보색의 조합은 반대되는 색에서 약간 빗나갔을 때라고 주장합니다. 곤충의 색이 딱 그래요.” 그는 아반떼와 티뷰론, 싼타페, HCD-1 콘셉트카를 디자인할 때도 실제로 곤충의 선과 색을 많이 참고했다고 고백했다.

그 는 얼마 전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나누었던 대화를 들려주었다. “주지아로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 앞으로 디자이너는 연필이나 펜을 쓸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컴퓨터만 있으면 어떤 차든 쉽고 멋지게 디자인할 수 있다며 예찬을 늘어놓기에 반박했습니다. 모두 같은 프로그램,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하니까 요즘 차들이 죄다 비슷한 거라고 말입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연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조형물도 준비 중이다.

박종서 관장은 손을 떠난 스케치는 디자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종이에 선을 그리는 건 디자이너에게 정신 수양과 같으며 스케치에는 디자이너의 개성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도 연필을 깎으며 잡념을 정리한다. 또한 가장 아름답고 기능적인 디자인은 자연의 미와 정서적으로 부합할 때 나온다고 말했다.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이 자동차 미술관도 관객과 정서적으로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 오는 6월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글 조두현
사진 이혜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