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디자인의 미래, 고양시 향동에 둥지 틀다

 

공감, 공간 (1) - FOMA 자동차디자인미술관

 
 
 향동 숲속에 자리한 FOMA자동차디자인미술관은 자동차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향동 숲속에 자리한 FOMA자동차디자인미술관은 자동차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고양의 구석구석에 숨은 매력 있는 공간을 찾아가는 첫 여정은 만만찮았다. 화전역을 지나 고양땅과 서울땅의 경계를 타고 향동지구 아파트 공사현장을 통과하니 좁은 비포장 산길이다.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미심쩍어하며 조금 더 전진하자 산 중턱에 세련된 외관의 웅장한 건물이 불쑥 나타난다. FOMA(Forms of Motors and Arts)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이다. 이런 오지(?)에 미술관을 들어앉힐 생각을 한 사람은 대체 누굴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궁금증의 주인공이 기자를 맞는다. 인사치레 따위는 생략한 채 곧바로 전시물 설명에 들어가는 박종서 관장, 듣던 대로 성격 참 쿨하시다.

 
 
 건축물 자체도 미적 가치가 뛰어난 FOMA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의 외양. 기자가 찾은 날 비가 내렸다.

건축물 자체도 미적 가치가 뛰어난 FOMA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의 외양. 기자가 찾은 날 비가 내렸다.

 
 

국가대표 디자이너의 꿈과 열정이 결집된 공간

박종서 관장은 25년 가까이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연구소를 이끌며 스쿠프, 티뷰론, 산타페 등의 모델을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그 덕분에 현대는 기술력 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와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국민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박 관장은 교단을 떠난 후 디자이너로 살아온 평생의 노력과 아이디어를 쏟아 부어 이곳 FOMA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을 마련했다.

맨 처음 마주하는 두 작품은 박종서 관장의 관심과 테마를 짐작케 한다. 알루미늄판의 표면을 가공해 제작한 ‘갑옷과 자동차’라는 작품은 갑옷을 만들던 이탈리아 공방의 장인정신이 현대의 자동차 디자인으로 연결된 역사를 보여준다. ‘자연의 색상환’이라는 작품은 형태와 색상의 원천을 자연에서 찾고자 하는 박 관장의 경향을 화사하게 대변한다.

로비를 겸한 전시공간의 중앙에는 점토로 만든 스포티지 디자인 모델이, 안쪽으로는 시점의 이동에 따라 표면색이 변하는 카멜레온 컬러의 티뷰론 모델이 전시돼 있다. 벽면에는 단풍나무의 날개열매와 프로펠러의 날개를 나란히 진열했다. 전시물 하나하나에서 영감과 스토리가 샘솟는다.

자연에서 찾아낸 최고의 걸작

계단을 내려가면 넓은 메인 전시실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전시물은 의외로 자연에서 찾아낸 디자인의 걸작들이다. 청동과 나무, 합성수지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 놓은 소라의 속뼈대는 유연한 곡선과 구조적 견고함을 함께 품고 있다. 앵무조개의 절단면은 자연물의 디자인을 받치고 있는 수학적 신비를 시각적으로 목도하게 한다. 각 칸의 크기가 황금비율로 줄어드는 피보나치 수열을 재현하느라 3D 프린터기의 도움을 받아 치밀한 수작업을 병행했다고. 호랑가시나무잎도 자연에서 찾아낸 최고의 디자인 중 하나다. 누군가 그 형태에 반해 새로운 디자인적 영감을 얻었으면 하는 생각에 은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조형물로 만들어 천장에 내걸었다. 가장 위대한 디자인의 원형은 모두 자연 속에 숨어있다는 박종서 관장의 설명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포니부터 페라리까지

본격적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전시물들을 둘러보자. 1975년 처음 생산된, 국산 고유모델 양산차의 기원이 되었던 포니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청동부조와 동판 아트워크는 물론 손수 제작한 목형도 눈에 띈다. 포니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주지아로를 몇 번이나 찾아가 복원해 냈다는 원도면도 흥미롭다. 산업화시대를 상징하는 국가적 기념물을 박종서 관장 개인의 노력으로 되살려 낸 것이다.

1958년형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는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자동차 외형을 만들었던 옛 방식 그대로 재현되어 전시되고 있다. 도면 없이 철사의 자연스러운 휨을 이용하여 우아한 곡선을 구현한 페라리 디자인은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불린다고. 옆에는 1938년형 알파로메오 모델과 1939년형 아우토 유니온 D타입도 다양한 소재와 기볍으로 재현해놨다. 자연에서 찾아 낸 영감을 통해 자동차 외형 디자인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이탈리아 토리노의 카로체리아 공방 장인들에 대한 박종서 관장의 샘솟는 존경과 애정이 관람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포마미술관을 방문하면 인원수에 상관 없이 박종서 관장이 직접 각각의 전시물에 깃든 생각과 아이디어를 설명해 줄 계획이다.

 
 
 '인류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라는 영예로운 찬사가 따른다는 1958년형 페라리.

'인류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라는 영예로운 찬사가 따른다는 1958년형 페라리.

 
 

영감의 산실, 쾌감의 명소

전시공간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온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곳 FOMA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이 머잖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인 전시와 교육의 명소가 되리라는 예감이었다. 전시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게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진짜 디자인’에 대한 질문에 평생을 바친 한 인간의 열정이었기 때문이다. 박종서 관장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공방의 망치소리에서 새로운 디자인 철학에 눈을 떴듯이, 내일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누군가는 이곳 포마 자동차디자인미술관에서 새로운 영감과 벼락같이 마주하는 기적을 맛볼 수도 있으리라. 물론 기자와 같은 일반인은 조개껍데기와 페라리가 연결되는 디자인의 깊고 넓은 세계를 잠시 엿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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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A 자동차디자인미술관

주소 : 고양시 덕양구 향뫼로 91
문의 : 02-3158-4661**

 

고양신문   [1286호] 2016년 08월 26일 (금) 19:04:50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