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매거진 _자연에서 찾은 미학

 
 

지난 6월 경기도 고양시에 개관한 FOMA(Form of Motors and Arts)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을 찾았다. 자동차 디자인을 완성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지금 자동차 디자인은 진정 아름다운지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혹시 소라 껍데기를 자세히 보신 적이 있나요? 쉽게 깨기 어려운 최적의 강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최적의 구조입니다.”

박종서 관장이 차체를 칭하는 용어 ‘Shell’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하나로 이어진 소라 껍데기가 연한 살을 지키고, 그것을 모방한 것이 결국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미술관 곳곳에 전시된 곤충 표본이나 앵무조개 껍데기 모형, 단풍나무 씨앗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처음에는 낯설었다.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이라는 곳에 자연물은 어딘지 어색했다. 멋진 슈퍼카의 파츠를 기대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유를 묻기도 전에 박종서 관장은 대답을 이어갔다.

“자연물은 1.62의 질서, 즉 황금분할을 품고 태어납니다. 조개껍데기, 식물의 형태 등을 잘 관찰하면 1.62:1의 법칙을 찾을 수 있죠. 자연을 아는 것이 디자인의 시작입니다. 이미 완벽한 형태니까요. 자동차 디자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경험을 나누는 공간

 

현대차 디자인연구소장을 거쳐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장을 지닌 박종서 관장이 미술관을 세운 이유가 궁금했다. 1500m²에 이르는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부터가 커다란 도전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 설계도를 구하려 했어요. 이탈리아까지 찾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구할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오랜 전통의 자동차 디자인 공방 ‘카로체리아’를 방문했더니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테스타로사는 철사로 만든 곡선을 이용해 디자인한 차였어요. 설계도면은 처음부터 세상에 없었습니다.”

현대차에 근무하면서도, RCA(영국왕립예술학교) 유학 중에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과정의 아름다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국민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다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시동만 걸면 금방이라도 달릴 것 같은 차는 그래서 이곳에서 찾을 수 없다. 대신 테스타로사와 아우토 우니온(현재의 아우디) D타입, 포니 등의 목형과 스포티지의 클레이 모델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박종서 관장의 연구물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자동차 디자인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지금의 자동차 디자인은 개성을 잃었어요. 컴퓨터로 디자인하기 때문에 모두 비슷합니다. 반면 20세기 초반의 차는 부족함 속에서 찾은 풍요로운 결과물입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디자인이 많았죠. 이제 속도는 의미가 없어질 거예요. 느리되, 부드럽게 달리는 것이 중요한 거죠. 그럼 예전처럼 과장되지 않은 자동차 디자인, 고유한 개성이 있는 자동차 디자인 시대가 돌아올 겁니다.”

 

보고 만져야 창조한다

 

박종서 관장은 산타페, 스쿠프, 티뷰론은 물론이고 현대차의 엠블럼까지 디자인한 이력이 있다. 국내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 굵직한 선을 남긴 박종서 관장이 세운 곳인 만큼, 특히 자동차 디자이너 지망생이 방문한다면 생각해볼 바가 많은 곳이다. 좋은 자동차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스케치와 클레이 모델을 먼저 배우고 CAD를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초단계가 생략됐습니다. 선 하나를 그어도 자신 있게 뻗을 줄 아는 손이어야 합니다. 컴퓨터 모니터로 하는 디자인은 분명 한계가 있어요.”

박종서 관장은 또한 유럽에 간다면 이탈리아 토리노의 자동차박물관, 독일 뮌헨의 국립 독일박물관과 비행기박물관을 찾기를 권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전시물이 많다고도 덧붙였다. 테스타로사 설계도를 구하려고, 포니의 목형을 제작하려고 곳곳을 찾아 헤맸다는 박종서 관장. FOMA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은 그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의 창고이기도 하고, 자동차디자인의 미래를 제안하는 곳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