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찾는 아름다운 것들 Autotag.kr

 
 

국내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 역사는 1세대 디자이너인 박종서 디자이너의 인생을 보면 새롭게 보이곤 합니다. 그가 합류 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는 마치 새하얀 도화지와 같았습니다. 그가 어떤 그림으로 그 역사를 그려냈는지 오토태그에서 확인해보세요.

 
 
 
 

공예 전공자에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박종서 관장이 대학을 다녔던 60년대 말에는 우리나라에서 금기시되는게 많았습니다. 미국의 타임지가 수입되어 들어왔지만,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은 사진과 사회주의 사상 이야기 등은 모두 검은색으로 지우고 유통 되는 시기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 국내 기업에서 수채화 물감을 만들어 ‘피카소’라 이름을 지었는데 제품을 판매 하지 못하게 했었어요. 피카소가 사회주의였다는 사실 때문에 국가에서 그 물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던거죠. 그런 시절에 Industrial Design 잡지를 삼각지 어느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그 잡지를 처음 접하고, 미국의 지인을 통해 구독 신청을 해서 받아보게 되었죠. 그런데, 그 잡지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Presentation.

 
 

“지금은 이 단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오히려 한글로 어떻게 번역할지 당혹스러운 단어인데, 그 당시에는 사전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단어였죠. 겨우 찾은 것이 present 의미인 ‘선물, 제시하다’였어요. 그 외에도, clinic, evolution 등과 같은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쓰지 않는 단어들이 잡지에서 나왔어요. 잡지를 읽고 있으나, 읽지 않은 것처럼 찝찝했어요.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rendering이란 단어도 그 잡지에 나왔었는데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죠.

그런 단어들의 뜻을 알게 된 시기가 참 묘해요. 어느 전자 메이커에 입사해서 일하고 있었던 시절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KOICA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 JICA (국제 협력 기구)에서 진행하던 개발 도상국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우리나라는 그 당시 후진국이었고, 일본은 선진국이었기 때문에 UN 자금으로 JICA에서 Industrial Group Training Course를 운영했어요. 그 과정을 듣기 위해 시험을 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저 혼자 합격하여 그 과정을 참여하게 되었죠. 그 곳에서 presentation, rendering 등 그 동안 잡지책에서 봤던 단어들을 모두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 이미 일본은 제품을 평가할 때 프로세스가 짜여 있었어요. TOSHIBA, HITACHI, HONDA, BRIDGESTONE 등의 브랜드가 서양에서 그런 교육을 받아들여서 회사에서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던 시절이에요. 저는 그런 것들을 Industrial Design 잡지에서 봤던 내용인데 현장에서 입증되고 알게 되니 신나서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니 저를 일본 JICA에서 재조명하여 기사를 싣게 되었어요. 그 때 실렸던 기사를 보고 현대자동차에서 연락을 하여 입사하게 되었죠.”

그렇게 박 관장은 “자동차가 먼저 찾은 남자”가 되어 현대자동차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자동차 제조 및 디자인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시절이었습니다. 그 현실을 인지한 박 관장은 현대자동차의 지원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동차 인사이트를 키우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여행을 통해 우리나라는 점차 ‘진짜’ 자동차를 알아가기 시작하게 됩니다.

“제가 방문했던 곳 중의 한 곳이 영국의 Albert Museum이었어요. 그 곳에서 Ford 브랜드가 전시를 하고 있었죠. 전시장 안에는 처음 보는 클레이 모델이 있었어요. 그 모델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그것이 클레이인지 알지도 못하고 신기해 바라보고 있었죠. 그 클레이 모델의 바닥에 묻어 있던 클레이 일부를 떼어 한국에 가져왔어요. 그 후, 연구를 시작하니 그것이 클레이 모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현대자동차가 클레이 모델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RCA와의 인연

 
 

한국인 최초로 영국왕립예술학교(이하, RCA)에서 교육을 받은 박 관장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회자가 되었습니다. 그 회자에 또 하나의 회자를 최근에 더하게 됩니다. 얼마 전, RCA 디자인이 100년이 되던 해 박 관장을 연사로 초대한 것입니다. 그 덕분에 한국인 최초로 RCA를 다닌 사람인 동시에 한국인 최초 연사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RCA에 다닐 때 아들이 4살 이었어요. 그 당시 국제전화 비용이 너무 비싸고 잘 들리지도 않아서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건 편지 뿐이었죠. 그래서 영국에 예쁜 꽃들을 보면 편지 봉투에 꽃씨를 함께 한국에 보냈어요. 아들이 그 꽃을 한국에서 키우며 자랐었죠. 근데, RCA에서 강의를 하는 날 제 아들과 며느리가 그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던 시절이라 강의 할 때도 청중으로 있었거든요. 그 이야기를 강의 때 하니 모두 탄성을 지르더라구요.” (웃음)

“강의 주제는 제가 겪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했어요. 그리고 어떤 디자인이든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된다고요. 저는 인생을 살며 그것을 깨닫지 못해 거꾸로 사는 물구나무 선 인생을 살았죠. 자연과 관련해서는 제가 좋아하는 인용구가 있어요. 포토그래퍼라는 잡지에서 봤던 인용인데, ‘Everything has its own beauty, but it doesn’t appear to everybody.’ 이 세상에 모든 것들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데, 그 아름다움이 아무에게나 보여지는게 아니다.’라는 의미에요. 알고 보니 이게 동양철학의 공자님 말씀이더라구요. 제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기 전까지는 그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아와서 거꾸로 살았다라고 강의를 전했죠.

그렇게 강의를 하고 질문을 받는데, 강의시간보다 질문 시간이 더 긴 거에요. 그들은 질문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으니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어요. 제가 짧은 영어로 질문을 알아듣고 답을 잘 해줄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마지막 질문까지 왔는데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어요. “자연에서 배워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당신이 디자인한 사례를 이야기 해달라”고 물어보는 거죠. 외국에서 자료가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잠깐 뻥 졌다가 문득 예전에 보았던 바이올리니스트사라 장의 인터뷰가 떠오르는 거에요. 사라 장도 질문은 받은 상황이었는데, 어떤 곡을 무대에 올릴지 누가 선택하냐는 질문이었죠. 당신, 당신의 어머니, 매니저, 당신을 초청한 그룹 중 누가 곡을 정하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사라 장이 답하기를, “나는 누구의 도움으로 곡을 선택하지 않는다. 나에게 emotional attachment가 된 곡을 무대에 올린다.” 즉, 정서적으로 나와 부합된 곡을 사용한다라는 거죠. 자연을 볼 때도 마찬가지로, 그 자연에 있는 어떠한 것의 디자인을 똑같이 따오는 것이 아닌거죠.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내 몸 속에 emotional attachment가 들어와서 색다른 디자인이 나오는 거죠. 와인을 마시면 내 몸에 와인이 들어와 신경을 자극해 즐거워지고 아름다워지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과 같아요.”

 
 

His emotional attachment

 
 

“보이지 않는 색을 찾아내고 싶어요. 우리가 자연에서 보는 색을 실제로 표현하지 못하는 컬러가 있어요. 가을의 옻나무가 그 예가 될 수 있죠. 옻나무의 잎이 여러 개 있는데 하나하나 잎의 컬러가 다 달라요. 옻나무를 뒤집어서 보면 얇은 솜털 같은 게 있고, 컬러가 정말 예뻐요. 실제로 사진으로 찍으면 똑같은 색깔로 구현하기 어려워요. 이렇게 우리 인간이 구현하기 어려운 컬러가 있는데, 자연에서 그런 컬러를 찾아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그는 산책을 하거나 운전을 할 때도 자연의 움직임과 아름다움이 눈에 잘 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에 많이 노출되어 만지고 느끼고 보았던 박 관장. 현 세대가 말하는 아이들의 ‘촉감 교육’이 박 관장의 어린시절에는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게 놀며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은 여전히 몸과 정신이 그 자연을 기억하고 있으며 현 세대도 그 기억을 함께 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동차 디자인 박물관 ‘포마’ (FOMA) 설립 비하인드 스토리

 
 
 
 

“이탈리아 사람들이 어떻게 귀신처럼 차를 만들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어요. 쥬자로(Giorgeto Giugiaro)가 파스텔로 그린 차의 그림(rendering)만을 참조로 모델 제작을 위한 실물 크기의 상세 도면을 한 장의 종이에 완벽하게 표현하는 그들의 능력은 어디로부터 연유하는 것인지 신기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에 가서 그 시스템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어요. 마침 지인 교수가 미국에서 열렸던 자동차 전시 관련 책을 보내줬어요. 그 책을 보면서 나도 이런 전시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아무 뜻 없이 만들고 있었는데 ‘지인들이 이걸 다 어디에 두려고 하는거야?’ 라는 질문에 운명적으로 포마를 짓게 되었어요.” 포마를 지을 때도 자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던 박종서 관장. “Eco-Friendly(자연친화적), 에너지 절약, 제 3의 에너지는 단열이다! 이 세 가지 키워드로 포마를 지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운영을 하면 수익이 생기지 않으니깐 유지비가 적게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열을 차단하고, 물이 없으니깐 빗물을 사용하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일으키고, 태양열로 온수를 만들고, 태양빛을 끌어드려 자연광으로 어둡지 않게 했어요. 이 건물은 땅 밑까지 단열이 되어있어요. 그래서 한 여름과 겨울에도 냉난방을 하지 않아도 16도를 유지할 수 있어요. 이 큰 박물관의 전기요금이 16만원밖에 나오지 않으니깐, 저희 집 아파트보다 여기 전기요금이 적게 나와요. (웃음) 다만, 자연의 바람만 이용을 하지 못해서 조금 아쉬워요. 풍력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포마’라는 이름을 가지기까지

 
 

포마 이름은 Forms of Motors and Arts의 줄임말이다. 자동차 디자인 박물관 혹은 미술관으로 알려져있지만 영어 이름을 보면 어디에도 그런 말이 적혀 있지 않았다. 어떤 이유일까? “제가 이런 박물관을 짓는다니깐 이탈리아 장인들이 이름을 지어주는게 “자연으로부터 자동차까지”라는 이름이었어요. 이름이 너무 길어서, 제가 추구하는게 자연의 형태에서 오는 인위적인 형태이다 보니, 자연스레 Forms라는 단어가 들어갔어요. 또, 저는 예술 하는 사람들이 디자인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Art라는 단어를 뺄 수 없었죠.”

 
 
 
 

미래의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전하고픈 말

 
 

“지금의 디자이너가 된 사람들, 대학생, 중고등학생들이 이미 손을 안쓰는 버릇이 되어있어요. 손이 더러워야 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손이 너무 깨끗하죠. 그림을 안 그려도, 디지털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나뭇가지를 꺾어서 그려보라고 하면 징그러워서 못 만지는 아이들이 있어요. 경력 직장인들이 용접기에 불을 못 켜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전기 나가면 살 수가 없을 정도에요. 대학 입시 위주로 되어 있는 교육 시스템이 안타깝죠. 학생들 보다 부모들을 상대로 설득을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어요. 아이들 가슴 속에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 끄집어 내야 해요. 글로벌 시대이니깐 어학으로도 무장을 해야해요. 그래서 엄마들을 향해서 전쟁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타는 차와 요즘 자동차 이야기기

 
 

“2004년에 구매한 갤로퍼, 2004년식 벤츠 CLS, 아우디 Q3를 타고 있습니다. 갤로퍼와 아우디는 용도에 맞게 사용하기 편해서 선택했고, 벤츠 CLS는 디자인이 좋아서 타고 있습니다. 요즘 차를 보면 차체가 너무 커지는 것 같아요. 그 한 예가 혼다 CIVIC이죠. 옛날에는 작은 차하면 CIVIC 이였는데 CIVIC 모델이 나이가 들면서 커지고 있죠. 필요 이상의 오버 액션이 되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환경적으로도 제한적인 공간에서 자동차를 위한 공간을 공유해야 하니 차체는 작아지는게 좋죠. 또한, 1인 가구가 늘면서 탑승객도 줄어 들고 있으니 개인적인 바램은 차들이 작아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낀 건 그는 역시 자동차와 자연을 결부하여 생각한다.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먼저 깨달은 그는 어느 누구나 가까이 있는 자연을 느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마음껏 느끼고 그 아름다움을 디자인에서도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더 늦기 전에 현 세대가 물구나무 인생을 살지 않기를. 그래서 포마 박물관에는 자동차 이야기와 자연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다. 그 이야기를 관장이 직접 전해줄 때 더 빛을 발하니 문의 후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기사출처 > 자동차오너들의 즐겨찾기, autotag.kr